제주마와 제주의 삶을 잇다

Y

할아버지와 아버지, 장근영 3대로 이어진 제주마와 제주인의 인연

남편과 아이와 함께 더 나은 도예 작업을 찾아가는 변화의 시간

컬처리포터 : 김미량


q

얼마 전까지 제주마는 밭을 갈고 농산물을 옮기는 등 제주인의 생활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이제 제주마는 신성장산업의 동력으로, 또한 말의 고장 제주의 가치를 담은 문화적 상징으로 변화하고 있다.
제주의 청년 도예가 장근영은 바로 이러한 제주마와 제주인의 인연을 잘 보여주는 예술가이다.
할아버지는 말을 많이 키웠고, 아버지는 제주마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탐라마문화연구소장 장덕지이다.
홍익대학교와 불가리아 국립미술아카데미에서 도예를 전공한 장근영은 흙을 빚어 알록달록 유쾌하고 활기 넘치는 제주마를 만들고 있다.

w

u

장근영의 제주마는 우리가 보통 아는 맵시 있고 늘씬한 말들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제주의 투박한 조랑말이다. 다른 말의 품종과 비교해서 키가 작고 다리가 짧으며 배가 빵빵하고 얼굴이 크다.
성격은 유순하고 제주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견딘다. 제주의 조랑말들은 외양과 내면에서 모두 제주인을 많이 닮았다.
어렸을 때부터 친숙했던 제주마를 도자로 빚는 일을 자연스럽게 업으로 삼게 되었듯이, 장근영은 주변의 것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제주의 들판과 바다에서 주워온 나뭇가지, 깨진 조각들, 잡동사니를 활용한다.
제주의 여신, 동생네 고양이와 기르는 강아지, 그리고 작년 여름에 태어난 아들 다함이도 작품의 주인공이다.

t

o

그러나, 엄마가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현실에 놓이게 됐다. 특히 모유 수유를 하느라 흙 작업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스물네 시간 아이와 함께하느라 작업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얻는 것도 많다.
“요즘 10년간 써온 남원 작업장을 리모델링 하고 있어요. 작업들을 정리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혼자라 시간이 많으니까 필요 없거나 쓸데없는 작업도 많이 했더군요.
그때는 개인전을 한두 번 하고 작업을 그만두는 작가들이 많다는 말을 들어서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무조건 열심히 했어요.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포기하면서 작업에만 집중했죠.”

e

지난 작업을 되돌아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하고 싶은 일을 포기했던 것도 후회가 된다.
지금은 아이가 자는 동안 30분, 1시간 정도 짬짬이 틈을 내 작업한다.
육아와 작업, 작업장 리모델링에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y

적은 시간도 모으면 많은 시간이 된다. 아이 덕분에 작업은 계획적이 됐고, 필요한 일만 하게 됐다.
또, 내 시간을 즐기게 됐으며, 더 멋진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작업을 위해 포기하는 대신 하려고 한다.
“결혼하기 전에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시간을 ‘잃어버린 몇 년’이라고 표현하곤 했어요.
저도 아이가 생기면서 육아가 먼저고 다른 일은 뒷전이 됐어요. 아들을 키우는 건 힘들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남편과 다함이와 항상 함께하는 지금이 작업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의 시간인 것 같아요.”

r

아무리 애를 써서 만들어도 도자기는 가마에서 굽는 동안 깨지거나 눌러 붙고 색이 변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장근영은 가마 안에서 금이 가거나 형태가 무너져버린 도자기들이 작품에 대한 욕심을 버리게 했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한다.
아마도 새로운 가족이라는 현실은 장근영이 더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마가 급변하는 제주 사회에서 새로이 각광받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