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디자이너 인터뷰_’여행을 노래하는 제주거지 훈’, 염정훈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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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디자이너 인터뷰 <제주거지 훈> 염정훈

제주는 돌, 바람, 여자가 많다고 하여 삼다도라 부른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는 돌도 바람도 아닌 사람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제주에 살고 있는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오늘 내가 만난 사람은 여행을 노래하는 제주거지 훈, 염정훈씨이다.

컬처리포터 : 고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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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노래하는 제주거지 훈, 염정훈씨>

대구 멋쟁이, 제주에 내려와 거지가 되다.

“유년시절을 대구에서 보냈어. 나는 항상 운이 좋은 편이었거든. 내가 한 노력에 비해 항상 큰 보답을 받았지. 잡지사 기자로 시작해서 편집장 일도 맡아 했어. 나름 그 분야에서 명성도 얻을 수 있었지. 그때의 나는 항상 멋을 부리기 바빴어. 하지만 그 무렵에 도시에 사는 내 모습이 너무 추하게 느껴졌어.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것처럼 공허했어. 그때의 나는 진짜가 아니었어.” 그 동안 손에 쥐고 있던 나침반이 고장 나버렸는지 그가 걷던 방향은 흔들렸다. 삶을 지탱하던 가치관마저. 그렇게 시작된 터무니를 찾는 여행. 그는 2011년 제주로 내려왔다. 벌써 횟수로 6년. 그는 제주를 여행하며 노래하는 거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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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나눔은 즐거움이다>

진짜 자연에서 배우다.

“제주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라게는 자신에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을 찾아 다니잖아. 성장하면 또 자신에게 알맞은 집을 찾아가지.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운 거야. 더하지도 빼지도 않아도 되는.” 그는 소라게를 보면서 배울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그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제주도의 진짜 자연이 그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힘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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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주는 것, 그것이 그가 가진 나눔의 미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제주도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때마침 유년 시절 받았던 상장과 트로피를 보며 내가 진짜 좋아했던 것들을 찾았어. 노래, 환경, 나눔.” 그가 말을 이어갔다. “제주에 왔는데 때마침 지인이 머리카락을 길러 소아암 환자에게 주는 ‘어머나 운동’을 하고 있었어. 가진 것 하나 없는 나도 할 수 있겠더라고. 그때부터 머리카락을 기르며 여행을 다녔지. 그렇게 머리카락이 길고 나니까 그냥 머리카락을 주는 것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더라고. 제주를 여행하며 알게 된 사람들을 무턱대고 찾아가 머리카락을 잘라달라고 했어.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즐거움을 줬으니까 돈을 달라고 했지. 그렇게 머리카락을 다 자르고 나니 60만원이 모였어. 머리카락은 기부하고 모인 60만원으로 콘서트를 열었어.” 그렇다. 그의 나눔에는 즐거움이 있다. 막무가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머리카락이나 돈을 주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에너지를 함께 주는 것, 그가 지닌 나눔의 미학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즐거움에 반하여 함께했다. 그렇게 모인 기부금만 무려 200만원. 그는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런데 이 돈도 그냥 주기는 싫더라고. 제주도 한 바퀴가 200km이니까. 이것을 완주하자. 그리고 이 에너지와 함께 200만원을 기부하자.” 지극히 개인적인 그의 나눔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 시작하며 나눔을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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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쓰레기도 그의 손을 거치면 다시 존재의 이유를 갖는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무엇을 하든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해. 나눔도 내가 재미있어야 해. 노래해서 얻은 공연 수익과 리사이클링 상품을 만들어 얻은 판매 수익을 해마다 소아암으로 아파하는 지유에게 전해주고 있어. 적은 금액이지만 지유가 아픔과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전해주는 거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널 위해 달리고 있음을.” 참 계산에 서툰 사람이다. 이렇게 많은 것을 주면서도 바라는 것 하나 없다. 그저 지유가 웃어주면 그것으로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럽단다. 그리고 그게 자신에게 이익이 된단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그는 정말 필요한 사람이다. 요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똑똑하기 때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계산하기 바쁜. 그들에게 대가와 이익은 눈에 보이는 것뿐이다. 비싼 차, 고급진 옷, 높은 아파트와 같은. 그는 오늘도 즐겁게 소통하고 나누고 기부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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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늘도 달리고 또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