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일상, 수상한 익숙함’_제주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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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성영화제>

여성주의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제주 유일의 영화제, 17번째를 맞이하다.

컬처리포터 :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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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기승을 부리던 가을비가 조금씩 잦아든 날, 제주여성영화제의 17번째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불편한 일상, 수상한 익숙함’이라는 주제로 도민들을 찾아 온 영화제는 총 네 가지 색채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제주여민회의 주최·주관으로 진행된 개막식 이후 개막작 <무스탕: 랄리의 여름>이 상영되었다. 최근 여성을 둘러싼 혐오와 독단, 파괴의 시선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섹션에 해당하는 이 영화는, 터키의 한 마을에서 다섯 자매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무스탕(Mustang)’은 작은 야생마라는 뜻으로 다섯 자매 중 막내인 ‘랄리’의 모습을 표현한 듯하다. 랄리는 여성을 억압하는 분위기로 가득한 마을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인물로, 자유를 찾아 이스탄불로 떠나는 그의 모습이 마치 초원을 마음껏 달리는 작은 야생마와도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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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행사는 영화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캘리에 꽂히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캘리그라피 전시회는 제주여성의 삶과 문화를 아름다운 문구와 글씨로 꾸며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영화제가 개최된 영상문화센터 안팎 곳곳에서 열린 버스킹 공연은 맑게 갠 날씨와 함께 관객들을 미소 짓게 했다. 깜짝 이벤트는 영화제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영화 <야근 대신 뜨개질>을 관람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야근 대신 OOO’을 채울 수 있는 말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다양한 아이디어 중 야근 대신 ‘못된 상사 욕을’, ‘레슬링을’, ‘밤 오름을’ 등의 의견을 써준 관객들에 선물이 돌아갔다. 관객들의 재치와 높은 참여도가 빛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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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 <야근 대신 OOO>은 나이, 성적취향, 계층, 종교, 국적을 불문하고, 가정과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적인 삶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섹션에 해당된다. 강도 높은 노동으로 자신들의 삶을 돌보지 못했던 여성들이 작은 일상의 변화를 위해 뜨개질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그려냈다. 비록 누군가에게 가치 없어 보이는 일일지라도 우리에게는 야근보다는 뜨개질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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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묘미는 바로 영화를 제작한 감독과의 만남과 대화가 아닌가 싶다. 제주여성영화제 요망진 당선작에 지원한 신인 여성감독들의 영화 99편 중 4편의 영화가 선정됐다. 영화 감상 후에 바로 이어진 감독들과의 대화를 통해 장면 곳곳에 묻어있는 감독의 숨은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관객과 감독이 ‘직접’ 소통하며, 일상에서 느껴지는 성차별과 그것에 맞서며 극복해나가는 다양한 모습을 함께 그려나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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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주여성영화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들의 태도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모두 자리를 지키는 것은 물론, 영화 상영 후 마치 영화를 제작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듯 모두 박수를 치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문화시민’의 모습과 함께 10월 2일 밤, <제주여성영화제>는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