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km의 서귀포 미술관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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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미학을 선물하는 4.9km 미술관 순례길

컬처리포터 : 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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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미술관은 <서귀포관광극장>에서 시작해 <작가의 산책길>을 따라, <기당미술관>, <소암 기념관>, <왈종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서귀포에서는 자연이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다. 자연의 언어들은 서귀포 예술가들의 영혼을 일깨우고 도시의 형성에 밑받침이 되었다. 덕분에 ‘100년 고도 서귀포’를 떠올리면 ‘선의 미학’이 떠오른다. 푸른 바다와 한라산, 섬들과 오름은 선이 되어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비단 서귀포의 속살은 자연에만 있지 않고 도심 한가운데의 생활 속 예술이 되어 삶의 일상을 이룬다. 서귀포 도심 한 가운데에서도 만나게 되는 일상의 문화공간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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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열린 무대, <서귀포관광극장>은 지붕 없는 미술관의 대표적 상징 공간

 눈을 감으면 시간의 흐름이 잠시 멈추고 눈을 뜨면 돌 벽돌로 하나하나 쌓아 올린 담벼락과 그 벽을 감싸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이 인사를 하는 곳이다. 하늘이 열린 무대는 한껏 멋을 낸다. 하늘을 향해 열린 무대 위에서는 별빛이 쏟아지고 음악에 춤출 수 있는 이곳의 공연 연출은 한가락 하는 연주자라면 누구나 탐을 낼 만큼 독보적이다. 한때 유명 가수의 리사이틀,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악극단의 공연 그리고 한때 국민학교 학예 발표회가 진행됐던 당대 최고의 복합 문화공간이었다. 오랫동안 쇄락해 버려졌던 공간이 이제는 세계 유수의 공연단들도 무대에 오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모해 간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도시 여행자들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야 할 인생의 쉼표 같은 곳, 서귀포관광극장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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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의 시립미술관, <기당미술관>은 건축학적 미로 유명

 단층 나선형 구조와 제주 초가집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건축구조로 유명한 기당미술관. 건물 내부를 걷다 보면 눌 형태의 건축미에 시선을 빼앗긴다. 공간의 중심을 깨트리지 않으면서 작가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균형미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일본에서 힘들게 번 돈을 고향에 환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미술관에는 기당 선생의 염원이 구석구석 녹아 들어 있다. 공간의 한 축을 이루는 변시지 특별관은 스미소니언 미술관이 선택한 한국의 고독한 화가 변시지의 작품을 언제나 만날 수 있는 행복을 선물해주어 좋다. 그밖에 장우성, 박노수 등 한국화단의 대표작품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어 금상첨화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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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사랑하고 글씨를 벗하던 ‘서귀소옹(西歸素翁)’의 공간, <소암기념관>

 소암기념관으로 들어서면 마음이 묵직해서 좋다. 소암은 1957년 51세라는 늦은 나이에 국전에 입선, 서단에 발을 내디딘 후 다양한 실험과 창작활동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이다. ‘서귀소옹(西歸素翁)’이라 스스로를 불렀던 작가를 시민들은 기억한다. 또한 육조해와 행초서의 이질적 요소와 미감을 혼융시킨 독특한 예술세계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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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중도(中道)는 제주적 풍요의 다른 이름이었을까, <왈종미술관>

 제주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담다 보니 중도를 알게 되었을까. 중도를 담은 미술관의 조형미는 남다르다. 중용을 행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 화가는 그림으로 중도를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문을 들어서면 공간 내부는 온통 밝음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속에 그림은 각자의 색으로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맑고 아름다운 색채로 귀결된 제주 생활의 중도, 디자인과 회화의 경계에 선 노화가의 미적 충동이 관람객의 마음을 편안히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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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때로 현대 도시인들에게 쉼을 요구한다. 예술가나 작가가 아닐지라도 생명력과 창조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릴 때가 자주 있다. 자아가 나에게 ‘여행’을 속살일 때 서귀포를 여행해 보자. 극장을 나와 미술관의 끝자락을 걷다 보면 4.9km의 <작가의 산책길> 끝자락, 바닷가에 나는 머물러 있다. 그곳을 거닐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던 예술가들의 짝사랑을 만날 수 있다. 이제는 별이 된 이중섭, 변시지, 현중화, 그들은 이 바닷가에서 무엇을 욕망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