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보이차의 시간_지유명차 차예사 전수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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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국차와 함께 무르익어가다.

역사, 문화 그리고 삶의 깊이를 다독이는 시간

컬처리포터: 김미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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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커피, 녹차, 홍차, 밀크티, 허브차 등과 같은 다양한 차를 만나기란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이차도 더는 우리에게 낯선 차가 아니다. 그럼에도 어딘가 중국차는 비싸고, 마시기 어렵고, 믿기 어려워 선뜻 다른 차들처럼 일상적으로 가까이하기가 꺼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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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유명차 제주 차예관을 방문한다면, 보이차와의 거리를 단숨에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곳보다 보이차에 다가가기 쉬운 장소이다. 민오름 근처에 있는 차관의 겉모습은 바로 옆의 해장국 가게처럼 평범하고 단출하다. 하지만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풍요로움에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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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무이암차, 우롱차 같은 다양한 중국차들, 중국 이싱 지역의 자사라는 돌로 만든 다기인 자사호들, 다채로운 찻잔들, 차를 보관하는 항아리와 여러 종류의 차 도구들이 선반 여기저기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차관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나이의 보이차들이 깊은 숨을 쉬며 익어가고 있다. 물씬 풍기는 발효 냄새와 차의 다채로움에 왠지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역시 보이차와 다기들의 가격을 보면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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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램당 우려내 마시는 양을 생각해보면, 사실 보이차가 콜라보다도 싸요.”

전수철 차예사가 상냥하게 설명한다. 그가 마셔 보길 권하는 차는 드물거나 비싸거나 마시기 어려운 차가 아니다. 물론 값이 아주 높아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희귀한 중국차도 있지만, 가격은 저렴하지만 질 좋은 보이차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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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이름의 중국 여러 지방에서 온 차들이, 그날의 날씨, 시간, 마시는 사람 등을 고려해서 제공된다. 차를 시음하는 동안 서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차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도자기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한다. 차에는 자신만의 시간이 있다. 속도와 경쟁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다양한 시간이 여기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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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차를 오래 즐겨 마시면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주전자에 끓여 마시거나, 커피메이커로 차를 내려 마셔도 되지만 역시 차호에 차를 우리는 방법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이 방법은 효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는 불편한 방식이다. 필요한 도구들도 많고 차를 마시고 정리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지만 차에 집중해 즐기다 보면 건강도 챙기게 되고, 나와 세상, 삶의 많은 것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고, 같이 차를 마시는 이들과는 속을 터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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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사실 도자기와 차의 역사랍니다.”

이 말은 현재도 사실이다. 차와 도자기에는 오랜 역사와 문화, 인간의 지혜가 담겨 있다. 문득 제주에서 매 끼니를 걱정하던 시절은 어느덧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음을 깨닫는다. 지금 제주에는 먹거리도, 물건도, 사람도 풍부하다. 그러나 현대의 바쁜 생활은 우리가 여전히 대충 끼니를 때우게 만든다. 물질적 풍요가 행복과 건강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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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_1023_miryangkim_jeonsucheol_photo05“생계를 해결하면서 세상에 도움이 된다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죠.”

빠르게 개발되고 변해가는 제주가 깜빡 잊은 것은 차의 이러한 오랜 지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