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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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본색

컬처리포터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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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이 노랗게 익어가는 명랑한 계절

이육사의 고장에서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었던가. 땅이 척박해 감귤농사로 생을 이어온 제주에서는 11월이면 주렁주렁 열린 감귤이 노랗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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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 제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검은색 현무암으로 쌓은 밭담들이 용의 형상으로 이어져 있다 하여 흑룡만리라 부른다. 검은색은 어떤 색과 만나도 조화할 뿐만 아니라 대비 색을 보다 안정감 있고 고혹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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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질 무렵, 제주도는 흑룡만리 사이로 노란 감물이 들기 시작하는데 시기마다 각 고장의 빼어난 풍경이 있겠지만 이때의 제주는 그야말로 절색(絶色)이다. 이때 청명한 파란 하늘까지 더한다면 천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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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붉은 꽃자리

가을 억새와 같이 익어가던 감귤 수확이 끝나면 제주 곳곳에 붉은 동백꽃이 핀다. 제주에서는 ‘돔박낭’이라 부르는 이 꽃나무는 겨울에 피는 것을 동백(冬栢), 봄에 피는 것을 춘백(春栢)이라 한다.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은 동백 군락지도 있지만 돌담을 따라 울타리처럼 심어져 있는 곳이 많다. 이를 두고 4·3 때 무고하게 희생된 피붙이의 넋을 기리기 위해 밭에 심은 것이라는 설이 있다. 목이 꺾여 떨어지는 탓일까, 툭툭 떨어지는 피맺힌 눈물처럼 보였던 탓일까, 붉은 동백꽃은 제주 예술가들에게 ‘상처’와 ‘희생’과 ‘위무’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돼 왔다. 그 때문인지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동백의 꽃말이 뭉클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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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피는 붉은애기동백은 겹동백이라 떨어진 꽃잎들이 붉은 꽃자리를 만든다. 특히 검은 돌담을 따라 우수수 떨어져 있는 동백꽃잎은 눈이 시리도록 찬란하며 하얀 눈에 쌓인 동백꽃은 가슴 시리도록 애달픈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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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물빛

제주 하면 역시 물빛이다. 특히 잿빛 바다만 보던 중국 사람들에게 푸른 제주 바다는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이라고 한다. 제주는 동서남북 바다 빛이 조금씩 다르다. 서쪽은 진한 에메랄드 빛이라면 동쪽 바다는 쪽빛에 가깝다. 남쪽은 윤슬이 반짝여 은빛으로 보인다. 특히 맑은 날 석양이 지기 직전 은빛 바다는 이 세상 바깥으로 잠시 떨어져 나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늦봄 서우봉에 올라 노란 유채꽃밭 너머로 내려다보는 함덕 바다는 보색 대비 덕인지 그보다 더 푸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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