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쓰지 않을거야 인생도 커피도” – ‘내일의 커피’ 문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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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신록의 계절. 계절의 여왕. 유독 수식어가 많은 5월이 끝을 향해간다.

5월의 달력 지면은 그 어느 달 보다 빼곡하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날이 있다. 5/21일은 2002년 국제연합(UN)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통한 소통과 화합을 위해 제정한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이다. 세상은 더욱 열리고 문화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쓰지 않는 커피를 통해 쓰지 않을 내일을 그려나가는 카페 ‘내일의 커피’ 문준석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반갑습니다. ‘내일의 커피’는 소위 ‘착한카페’라고 꽤 알려져 있어요. ‘내일의 커피’에 대해 직접 소개 부탁드릴게요.

‘내일의 커피’는 ’한국의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발견, 개발 및 발휘할 기회를 제공해줌으로써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레퍼런스(reference)를 마련한다.’는 사회적 미션을 가지고 2014년 10월 6일 대학로에 오픈한 카페입니다.

 

  1. 카페 이름, ‘내일의 커피’에 담긴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혹은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성이라던가?

한국은 난민에 대한 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에요. 특히 아프리카 난민들은 흑인이고 빈곤 국가 출신이라는 편견이 있어서 국내 정착의 어려움도 크고, 실질적으로 생계를 위해 일을 구하는 것에도 한계가 많은 편이에요. 아프리카 난민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들의 이미지를 좀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떠오른 게 ‘커피’였어요. 한국의 커피 사랑은 대단하잖아요. 커피하면 아프리카 원두가 유명하고요. 그래서 카페 창업을 생각했어요. 카페 이름 ‘내일의 커피’는 오늘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난민과 우리사회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입니다.

 

  1. ‘내일의 커피’는 카페이지만 단순히 커피만 판매하는 공간은 아니라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지 소개해주세요.

우선적으로, 현재 대학로 ‘내일의 커피’ 매장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난민 중 ‘바리스타’에 적합한 재능을 가진 난민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일의 커피’는 단순히 카페가 아닌 ‘문화적 플랫폼 공간’을 지향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난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이들도 그들만의 개성과 재능이 있는 우리사회의 구성원임을 깨닫게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 대중들에게 문화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국내 행사에 최대한 많이 참여하여 다른 인종이나 난민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1. ‘내일의 커피’에서 일 할 아프리카 난민들의 채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바리스타 티오가 나면 난민 관련 NGO 피난처를 통해 채용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피난처에서 추천받은 난민 중 인터뷰를 통해 바리스타 조건에 부합하고 ‘내일의 커피’의 마인드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채용합니다.

 

  1. 특별하게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내일의 커피’의 시작점이 된 계기라던가.

평범하게 직장에 다니던 시절, 난민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일을 하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었는데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며 자연스레 그들을 구호 대상이 아닌 ‘친구’로 보게 되더라고요. 밝고 에너지 넘치는 내 친구들이 난민, 인종에 대한 편견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웠고, 이들에게도 자신의 재능을 살려 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충분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해보자’라는 용기로 아프리칸 바리스타가 직접 내리는 아프리카 스페셜티 커피 카페를 기획하게 된 것이 ‘내일의 커피’의 시작점이네요.

 

  1. ‘내일의 커피’를 운영하면서, 또 다양한 아프리카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난 2년 반 동안 ‘내일의 커피’에서 총 여섯 명의 아프리칸 바리스타가 함께했어요. 그들과 함께 한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지만 특히 오랜 시간 함께했던 바리스타 클로디아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처음 한국 사람을 대하는 일을 유독 두려워했던 그녀였는데 ‘내일의 커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많이 변화한 친구예요. 본인의 결혼식 때는 카페를 통해 사귀게 된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난민들에겐 한국이 제2의 고국이나 다름없잖아요. 결국, 이곳에서 정착하고 생활을 이어나가려면 어려워도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다름을 극복해나가야 하는 데 난민들에겐 그럴 수 있는 소통 공간 자체가 드문 현실에요. 클로디아의 변화를 보면서 ‘내일의 커피’가 난민에게도, 한국인에게도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레 이야기하며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1. 지난 2년 반 동안 총 여섯 명의 아프리칸 바리스타가 ‘내일의 커피’에서 함께 했다고 하셨는데요. 그 분들은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내일의 커피’를 거쳐 간 친구 중 바리스타 전문과정을 졸업한 친구는 두 명, 전문 바리스타가 되진 못했지만,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레스토랑에 취업한 친구들도 있고, 현재 한국을 떠난 친구들도 있어요.

‘내일의 커피’를 통해 아프리카 난민들이 모두 바리스타가 되는 전문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보다 ‘내일의 커피’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들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이 되어주는 것, 또 한국인들이 아프리카인 혹은 난민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공간이라는 점이에요. 난민 대부분은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한국인을 경험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일부만 보며 생활합니다.

‘내일의 커피’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난민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한국인을 직접 만나고 소통하며 우리나라를 배워가고, 그러한 경험들은 이 친구들이 한국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줄 걸로 생각해요. ‘내일의 커피’가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건 바리스타라는 전문성도 있지만, 그들이 한국에서 정착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해주고 싶어요.

 

  1. 다소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입장에서 보면 난민은 사실상 굉장히 소수이자 외국인이잖아요. 극소수인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난민은 외국인 노동자와는 달리 돌아갈 수 있는 나라가 없는 사람들이에요. 피난 온 한국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이들은 고용노동부에서 정한 취약계층에도 속하지 않을 만큼 소외당하고 있는 현실이에요. 난민들이 계속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외면당한다면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겪은 난민들은 각자의 특별한 재능과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수라는 이유로 이들을 외면하기보다는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자신들만의 재능을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더 좋은 일이라고 제 개인적으로는 믿고 있습니다.

 

  1. 내일의 카페가 희망하는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무엇일까요.

우선 바리스타 업무에 재능을 가진 더 많은 아프리카 출신의 난민들을 바리스타로 육성하는 것이 단기적인 계획이에요. 중,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더 많은 재능을 발굴하여 카페라는 플랫폼을 통해 개발 및 발휘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참 편안하게 사람을 대해주신다는 느낌이 드네요. 아마 ‘내일의 커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쌓아 온 내공이 아닐까 싶은데요. 문준석 컬처디자이너만의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신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내일의 커피’를 운영하며 저 자신이 얼마나 편견이 많은 사람인지 더욱 깨닫고 있어요. 아프리카도 여러 나라로 이루어져 있고 한 나라에서도 다양한 지역으로 나뉘며 그 지역에서도 너무나 다양한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어디 출신인지를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먼저 그 사람의 이야기에 최대한 귀 기울이고 그 사람에 대해 겪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쉽지만 어려운 게 ‘겪어보고 판단하자’잖아요.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려면 일단 그 사람을 순수하게 겪어보는 게 가장 중요하고, 저 또한 그러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1. 이제 무더운 여름의 시작입니다. 한여름 더위를 식혀 줄 ‘내일의 커피’의 베스트 메뉴를 추천해주신다면?

아프리카 스페셜티 원두로 내린 상큼한 아이스 핸드드립 커피를 추천해요. 특히 핸드드립 커피는 손님이 직접 원두와 추출법을 선택하여 각자의 개성에 맞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내일의 커피’에서 개성 넘치는 아프리카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 한잔에 즐거운 아프리카 친구도 만들어 보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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