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만나자” – 세계적 놀이터디자이너 귄터벨치히 드로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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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월드컬처오픈코리아의 Better Together의 6월 일정으로 열린 ‘놀이터에서 만나자’의 주인공은 그 둘이다. 스스로를 귄터라고만 불러달라는 독일인 디자이너는 올해 여든이지만 영혼은 어린아이처럼 해맑다. 젊은 시절 가구 디자이너였던 그는 작품이 뉴욕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되는 등 시쳇말로 잘나가는 산업디자이너였다. 한때 독일 가전업체인 지멘스에서 제품디자인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는 이제 놀이터를 만들고 있다. 유럽의 68혁명을 지나온 그는 “나는 세상을 바꾸지 못했지만 많은 어린이에게 더 나은 놀이가능성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편해문작가는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을 서울 사당동 산동네에서 보냈다. 지금 풍경은 4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고 과천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잘 발달된 지역이지만 그의 기억은 사당동은 산동네 언덕과 골목 사이로 뛰어 노는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특별한 놀이 기구 없이도 재미있게 논 기억들까지. 그런 기억은 어른이 된 그에게 기적의 놀이터 총괄계획가라는 직책을 만들어줬다.

이번 행사는 귄터 작가의 드로잉 스케치 작품들과 편해문이 10여년 아시아와 중동을 돌며 아이들의 삶과 놀이를 찍은 사진 전시로 시작했다. 이어 월드컬처오픈코리아의 나눔공간인 토킹스푼에서 두 작가와 관객이 함께 하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편작가는 귄터에게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를 질문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귄터의 단호한 답변은 “디자이너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다”. 편작가에는 귄터는 친구와 같은 스승이다. 그가 중동지역에서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편작가는 사진에 찍힌 아이들을 걱정하며 한국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세상은 천천히 조금씩 바뀌어나가는 것 같다. 지금도 조금씩” 말미에 한 그의 이야기에서 활동가로서의 경험과 인내가 느껴졌다.

귄터의 이야기 차례가 왔다. 청중 바로 앞까지 다가와 온몸을 다 사용하며 한 그의 이야기는 그가 놀이터에 대해 가진 철학이기도 했다. “놀이는 스스로 배운 그 과정 자체가 놀이다. 사실 놀이터는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것 아닐까?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터를 만들어간다. 노는 것 자체가 배우는 과정, 창의성을 만들고 자아를 찾게 하는 과정이다. 놀이터는 소셜 컨택의 공간, 사람들을 만나고 눈과 눈이 마주치는 공간이다. 그러니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놀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잘 놀게 내버려둬라.” 그의 이야기 후에 다시 본 드로잉은 단순한 종이 위의 스케치가 아니라 귄터의 꿈과 아이들이 만든 입체적인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