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모든 경계를 허물 수 있다 – 엘시스테마

Niños Sistema 36

에두와르도 멘데즈 (Eduarda Mendez) 대표가 말하는 기적의 엘 시스테마 


클래식 음악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거장이 작곡한 심포니의 편곡을 아름답게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혹은, 고급 악기에, 화려하게 장식된 콘서트 홀? 멋지게 차려 입은 연주자?

무엇이라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설마 베네수엘라 빈민가 아이들이 매일 서너 시간을, 클래식 음악을 배우며 연주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는 바로 기적의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엘 시스테마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음악 교육의 힘이 빈민가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기적적으로 바꿔갈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엘 시스테마는 ‘시스템’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1975년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é Antonio Abreu) 박사에 의해 설립된 이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빈민층 청소년 11명의 단원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오케스트라의 취지에 공감한 베네수엘라 정부와 세계 각국의 음악인, 민간 기업의 후원을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프로그램이다.

‘음악을 통한 아름다운 혁명’을 추구하는 이 프로그램은 베네수엘라의 미취학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 교육을 악기를 포함한 전체 프로그램을 전액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기적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에두와르도 멘데즈 (Eduarda Mendez)가 2017년 6월 제주를 찾았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멘데즈 대표는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청년과 문화의 역할’ 세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세상을 바꾸는 문화의 힘과 청년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떻게 문화가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가? (How culture can contribute to peace and development?)”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은 감동이었다.

그가 말하는 엘 시스테마의 매우 중요한 목적은 사회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음악이 가장 고귀한 감성으로 사회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음악은 최고의 가치인 관용, 결속, 조화, 상호존중, 그리고 지적이고 종교를 초월한 대화를 전파하기 때문입니다.”

이곳 수업을 받는 모든 아이들을 전문적인 음악가로 키우는 것이 엘 시스테마의 목적은 아니다.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서 그들이 미래에 어떤 삶을 선택하든지,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꿈과 믿음과 방법을 가르쳐주는 데 목적이 있다. 그렇기에 멘데즈는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더 나은 음악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엘 시스테마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문제에 직면해있는지를 이야기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살인률이 가장 높고 범죄가 만연한 나라이다. ( 2016년 공식 발표된 자료를 보면 100,000 가구당 70.1%의 살인률을 보이고 있다). 빈민가에 형성된 갱 문화가 그 이유 중 하나이다.

멘데즈는 “폭력으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문제는 소외에 근원을 두고 있다,” 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이 바로 그 아이들이 왜 엘 시스테마의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아이들을 위해 어떤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지에 대한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에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소외된 아이들이 문화가 가져다 줄 수 있는 영감과 변화를 향한 용기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엘 시스테마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처해진 상황에 머물지 않고, 더 큰 꿈과 목표를 갖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범죄와 폭력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매우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아이들이 가난하다고 그들이 누리는 문화가 가난할 수는 없습니다. 문화는 크고, 우리가 알 수 없을 정도로 삶의 질을 바꾸는 영향력이 크며, 시대를 앞서나가는 것입니다. 문화가 과거의 잔재(leftover)로 남아서는 안됩니다.”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의 포부가 ‘대단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결코 과장된 말은 아니다. 35년 전 11명의 단원으로 시작된 이 오케스트라가 현재 840,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을 거느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엘 시스테마를 거쳐간 학생들 중 일부는 클래식 음악계의 정상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졸업생 중 한 명인 에딕슨 루이즈는 독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더블베이스 부분에서 수석 연주자로 활동 중이며, 구스타보 두다멜은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이 되었다.

그런 성공스토리들은 엘 시스테마의 일원이 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엘 시스테마에 들어와서 놀고, 노래하며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희망입니다. 그 동안 소외 받고 자라난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동료들로부터 가치가 있다는 느낌을 서로 주고 받게 됩니다. 길거리의 삶이 그들에게 주는 것과는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거죠.”

 

멘데즈는 이 프로그램이 아이들 뿐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주기를 희망한다. 아이들이 그 지역사회 주민들에게도 배움을 전달할 수 있게 됨으로써, 그들이 받은 혜택을 함께 살고 있는 커뮤니티에 되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모든 젊은이들이 그들의 감정을 가족과 지역사회에 전달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사회의 리더가 됩니다.”

아이들에게 삶을 향상시킬 기회를 줄 뿐 아니라, 사회 결속력을 강하게 한다는 생각은 엘 시스테마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의 중심이 되는 곳은 누클레오(Nucleo)라는 곳이다. 이 곳은 아이들이 주로 악기를 배우는 공간이다. 하지만, 스케줄이 너무 집중되어 이 공간이 여의치 않으면, 아이들은 다른 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기도 한다.

“이 곳에는, 인종, 성, 국적 등의 경계가 없습니다. 대신에 그들은 모두 ‘함께’라는 그룹으로 나뉘어지죠. 아이들이 음악을 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경계는 허물어 집니다.”

누클레오가 그 지역사회의 중심지로 자리 매김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멘데즈는 누클레오를 “세포막”이라는 표현으로 비유했다. 세포막이 독자적으로도 기능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세포와의 출입과 기능을 원할 하게 하는 역할을 해준다는 의미에서이다. 실제로 누클레오에서는 “그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다른 지역사회의 요구를 연결하고 지원할 수 있는 곳” 이 되어가고 있다.

엘 시스테마는 음악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건히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