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일만에 이탈리아 보그지 표지를 장식한 한복브랜드 ‘리을’

리을 페이스북

강남 가로수길 이면도로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한복 팝니다’라는 네온사인이 걸린 매장이 나온다. 최신 트렌드는 다 모여있다는 이 곳에 왠 한복일까? 한복 입고 사진 찍는게 요즘 젊은 층의 유행이라지만 여긴 궁궐 도 없고, 한옥마을도 없는데 말이다. 그 묘한 매장의 이름은 ‘리을’ 이다. 네오한복을 디자인하는 곳. 올 3월 회 사를 만들어 120일만에 이탈리아 보그지 표지를 장식한 믿기 힘든 한복브랜드 ‘리을’. 더 놀라운 것은 이 회사 를 운하고 있는 서른이 아직 채 안 된 두명의 청춘이다. 김종원대표와 유지연대표가 그 주인공. 오늘은 이 두 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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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속도가 놀랍다. 왜 한복을 선택했나요?

회사 모토가 ‘문화에 한복을 입히다 21세기 한복을 만들다’ 입니다. 한복과 한글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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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이름을 ㄹ(리을)로 지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요?

외국인들은 한국을 삼성이나 현대로만 알아요. 훈민정음은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글자잖아요. 그건 외국인들도 다 알거든요. 하지만 ‘ㄹ’을 보여주면 아라비아 숫자 2로 읽어요. 그게 아니라 이건 한글의 ㄹ이다 그런 걸 알려주면 대화주제가 삼성이 아니라 한글로 바뀌죠. 우리를 알리는 방식에서도,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로도 ‘ㄹ’이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회사이름만큼 옷도 특별한 것 같다. 옷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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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네오’한복이라고 불러요. 한복 원단으로 정장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기존의 개량 한복들은 한복의 선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면서 미니멀하게 바꿨다면요, 저희 옷은 일상복에 한복의 옷감, 문양, 자수 등을 입히 는 쪽에 중심을 뒀어요. 선도 이쁘지만 저희는 한복의 원단에 더 주목을 했습니다. 경복궁이나 한옥마을에 가면 한복대여를 많이 합니다. 외국인들이 참 좋아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물어보는거에요. ‘왜 한국사람들은 한복은 안 입는가’ 당연히 불편해서 안 입는 거지요. 19세기 옷을 21세기 사람들이 입는 건 쉽지 않아요. 21세기형 한복. 그런 걸 만들면 전세계 사람들이 입을 것 같았어요. 저희는 옷을 파는 게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를 팔고 싶습니다

120일만에 이만한 발전이라면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회사를 만들고 옷을 알려야 하니까 홍보용 사진을 찍었어요. 외국인이 우리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이었죠. 그걸 페이스북에 올리고 모 매체가 퍼가면서 이틀만에 좋아요 2만개가 눌려졌어요. 그때부터 곳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 회장님이 외국에 나가시는데 선물로 가져가는 경우도 생겼구요. 뮤직비디오에 협찬도 나가고 얼마전에는 이탈리아 패션쇼로부터 초청도 받아 갔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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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을의 광고사진은 매우 감각적이다. 한복의 풍성함이 사라지고 슬림한 핏이 살아난 라을의 옷을 잘 드러낸 사 진은 젊은 감각 그 자체다. 기자라도 좋아요를 누르고 싶은.

공동대표 두 분의 역할은 어떻게 나눠져있나요?

김 : 저는 사업 역을 맡고 있습니다.

유 : 디자인 쪽은 제가 맡고 있어요.

현재 만드는 옷들은 고객마다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맞춤복 컨셉이고 가격도 꽤 고가같은데요. 네오한복을 많은 사람들이 입도록 하겠다는 처음의 의도와는 상충되는 것 같습니다.

그건 회사의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의 고급화도 있지만, 의류디자인의 경우 카피캣으로 괜찮은 업체들 이 초기에 이름도 못 남기고 없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거든요. 그래서 일단 디자인 자체의 정체성을 확고히 만들면 그런 도둑질을 쉽게 못 할 거라 생각해요. 저희 색깔이 확실하게 시장에 어필하면 대중적인 가격의 옷들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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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 나이의 경험치고는 꽤 치밀하고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리을을 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김 : 저는 원래 운동선수가 꿈이었습니다. 축구선수가 하고 싶었어요. 검도는 도대표까지 했었죠. 엄마 말 잘 듣는 아이습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학과 가서 2학년 때 축구 쪽으로 전과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십자인대 가 끊어진 거에요. 꿈이 다 사라진거죠. 행복이 뭘까 생각이 들었죠. 서울에 와서 2백일 동안 찜질방에서 일하 면서 1억을 모았어요. 그돈으로 세계일주를 하면서 축구를 해요. 그러다 어떤 분을 만나서 사업제안을 받아요. 그게 지금 일의 시작입니다. 유대표도 그때쯤 만났어요.

유 : 저는 이전에도 패션 디자인 일은 하고 있었어요. 안정적인 회사도 다녔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니면 나중 에 못 할 것 같은 일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것. 그때 마침 김대표를 만나 서 회사를 시작하게 된 거죠.


마지막으로 동시대의 같은 세대들과 나누고 싶은 말은?

유 : 제가 그렇게 경험이 많이 산 나이는 아니지만, 우리 나이 때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아요. 뭔가 해보고 싶 은 게 있다면 후회하더라도 일단 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지르고 후회하는 일이 있더라도 아무 것도 안 해 보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보다는 낫다는 거죠.

김 : 전 인생에서 제일 큰 실패를 해봤어요 (축구선수가 되려는 꿈이 무산된) 실패도 습관이지만 성공도 습관 이라고 생각해요.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토가 세 가지에요. 성실하게, 거짓없이, 그리 고 잘 하는 것. 전 제 머리 속에서 완벽하다는 생각이 안 들면 일을 시작을 안 해요. 자신감 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대표의 생각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리을에서 두 대표의 역할이, 한명은 사업적인 측면을 한명은 디자인의 정체성을 채울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회사의 미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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