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 받을 수 있도록,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IMG 0625

우리는 모두 각자 어떤 부분에서는 남보다 더 많은 특권을 누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부분에서는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상대적이고 복합적인 존재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지한다면 누구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더불어 “사람답게” 그리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입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2015년 여름, 다양성 교육기관으로 설립하였고 현재는 비영리단체로 전환하여 다양성 교육을 포함한, 다양성과 인권 연구, 정책제안, 권리 옹호 활동을 하는 인권단체이자 교육단체입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의 구체적인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비영리단체로 전환하기 전 지금까지는 주로 ‘교육’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인권 교육, 다양성 교육, 젠더 교육, 다문화 교육, 세계시민 교육, 폭력예방 교육 등을 하고 있는데요. 온라인에서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체적으로 번역한 해외자료, 사진 등의 콘텐츠를 글과 함께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다양한 장소에 찾아가 특강 교육을 진행합니다. 학교의 학생과 교사, 사회복지센터의 사회복지사, 그리고 기업의 임직원과 노조 등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합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의 교육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인종, 민족, 성별, 성정체성, 성지향, 장애, 외모, 지역, 종교, 경제력 등)에 의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특권과 억압을 인지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주체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교육하다 보면 ‘특권’이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특권이라고 하면 보통 무언가 부당한 것을 누리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인데요. ‘헬조선’이라고 불릴 만큼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자신이 어떤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자신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 중 어떤 특정 정체성에서 특권그룹에 속해 있다는 뜻은, 그 정체성 내에서 다른 그룹(억압그룹과 경계그룹)과 비교했을 때 사회적 부, 명예, 네트워크에 다가가기 한 발 더 쉬운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특권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질 기회를 더 많이 부여받은 사람들을 말합니다. 우리 모든 개개인은 여러 가지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항상 특권그룹에 속해 있거나 항상 억압그룹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스스로를 시스젠더 헤테로 남성이라고 정체화하는 사람은 성별, 성정체성, 성지향의 영역에서는 특권그룹에 속해 있지만, 만약 그 사람이 장애인이고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면 장애와 경제력이라는 사회적 정체성의 영역에서는 억압그룹에 속하게 됩니다. 또 다른 예로, 스스로 장애인 여성으로 정체화하고 있는 사람은 장애와 성별의 영역에서 억압그룹에 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성정체성과 성지향의 영역에서는 시스젠더 헤테로로 특권그룹에 속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특권과 억압을 인지하여 자신이 억압그룹에 속해 있는 정체성에서는 그룹의 임파워먼트를 이뤄 낼 수 있도록 합니다. 동시에 자신이 특권그룹에 속해 있는 정체성에서는 자신의 특권을 명확히 이해하며 억압그룹에 속한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음은 물론, 억압그룹에 사람들을 향한 사회적 억압을 철폐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초청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 제 장래희망은 미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린 그림에는 꼭 이젤과 팔레트가 있을 정도로요.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너는 장남이잖니, 남자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야 한다. 의사가 되어라.’라고 하셨죠. 강하게 반항하는 성격이 못되었기 때문에 그냥 순응하며 학교와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았습니다. 소극적인 반항으로 학교, 학원, 과외에 가서 매일 잠만 잤죠. 소망 없고 희망 없는 우울한 나날의 연속이었죠. 삶의 의미가 없다고 느꼈고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결국, 원치 않는 학과에 입학한 후 군대를 다녀왔는데 다시 그 학교에 복학할 마음이 전혀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 배워보고 싶었던 상담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심리학과로 편입했죠. 그곳에서 히스패닉계 여자 교수님이 수업하시는 ‘편견의 심리학’이라는 과목을 수강한 것이 제가 전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차별의 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종차별, 성차별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소수자 그룹에 속한 사람이 겪는 차별과 억압의 이야기가 정말 충격적이었고, 동시에 학창 시절 제가 진로와 관련하여 겪었던 우울했던 과정이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어요. 개개인의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을 존중하고 격려하기보다는 획일화된 정답을 강요하는 한국사회는 어떻게 보면 다양성을 외면하는 차별과 억압의 사회인 것이죠. 그리고 그 특성이 직업이나 진로뿐만 아니라 성별, 성정체성, 성지향, 인종, 민족, 장애, 외모, 지역, 종교 등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제가 진로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그 시기에 ‘인생에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대안적인 선택지가 있다. 너는 너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고 그게 무엇이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라는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때 그런 얘기를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그래서 저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과 꿈에 대해 당당히 이야기하며 격려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람답게” 그리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는 문화적 기초를 마련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다양성과 인권’에 대해 공부했고 활동을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유학시절 중, 스스로 겪은 차별, 혹은 제삼자로서 관심을 갖은 차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아무래도 인종차별이에요. 저는 미국 유학 전까지는 자신을 ‘유색인종’이나 ‘동양인’으로 정체화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냥 나라는 사람이었지 유색인종 또는 동양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가면서 저는 유색인종 그리고 동양인으로 호명되었습니다. 그때, ‘아, 인종이란 게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또, 제가 대학을 다녔던 애리조나는 멕시코 국경과 인접한 곳이어서 중남미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가 많았습니다. 대학원을 다녔던 세인트루이스에서는 흑인 차별이 상당히 심해, 남북으로 백인 거주지역과 흑인 거주지역이 나뉘어 있을 정도였는데요. 그 속에서 당연히 경제적 차별도 생겨났고 이런 차별들이 결국 심각한 폭력과 혐오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흑인들, 특히 흑인 남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로부터 경찰 조심하라는 주의를 들으며 자란다고 합니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찰로부터 구타나 총격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을 오히려 두려워하고 조심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산다는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을 구분 짓고 차별하는 것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인종을 넘어 성별, 장애 등 다른 정체성에도 같이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이고 오랜 시간 다양한 인종이 섞여 함께 살아온 역사가 있어서 때문인지 차별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에 대한 의식도 있으므로, 흑인에 대해서 하면 안 되는 말, 여성에게 하면 안 되는 말, 장애인에게 하면 안 되는 말 등 차별의 언어에 대해 교육이 잘 되어 있습니다. 일상적인 언어와 태도에 대한 이런 교육은 한국사회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흔히 저지르게 되는 차별이나 편견의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요?

가장 흔한 사례를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들이 있을 텐데요. 예를 들면 ‘남자는 평생 3번만 울어야 한다’ 같은 말이 있는데, 저는 하루에도 3번 우는 사람이라 이런 말을 들으면 답답해요. 그 외에도 ‘남자는 힘이 세야 한다’, ‘여자는 예쁘게 꾸미고 조신해야 한다’, ‘여자는 이런 직업과 맞지 않는다’ 처럼 남자다운 것과 여자다운 것을 나누는 성차별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을 비하하는 언어들도 많죠. 장애인인권단체는 ‘병신’이라는 욕은 장애인을 비하하는 모욕적인 단어임을 알리고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여전히 잘 고쳐지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병신이라는 욕 말고도 ‘애자’, ‘병맛’과 같은 욕, 그리고 ‘너 장애인 같아!’ 등의 표현들도 쉽게 농담이나 장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지 않아야 할 표현들입니다. 이런 일상 속의 차별적인 언어들부터 하나하나 의식적으로 바꾸어나가야 합니다.

활동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가끔 ‘우리 사회가 아직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힘이 들기도 합니다. 인식이란 게 단기간에 바뀌지 않잖아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한국사회는 굉장히 빨리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불과 최근 3년 사이에 피부로 느껴지게 달라진 모습들도 많이 보이거든요. 강남역 사건에 젊은 여성들이 자발적,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한 예이고요. 제가 한국으로 귀국했을 때만 해도 우리 사회가 여성과 성소수자에게 갖는 무의식적인 차별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공감해 주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느껴졌는데, 지금은 결코 그렇지만도 않죠.

저는 우리 시민사회의 인식 변화와 함께, 동시에 법과 제도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먼저 목소리를 내서 점점 문화와 제도를 바꾸어나가는 상향식 접근도 중요하지만, 법제화가 선행되는 하향식 변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가장 효과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나 성교육표준안 폐지 운동들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런 법적 제도적인 문제야말로 많은 활동가가 활동하면서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자 효과적인 인식전환 교육에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죠.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교육을 받았던 분들이 직접 만나서 말씀해 주시는 후기나 SNS의 긍정적인 댓글들이 많은 힘이 돼줘요. 한 분은 자신이 나이, 성별, 혼인 여부, 외모로 인해 차별받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어떤 특권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다양성 교육을 받은 후 자신이 비성소수자로서 가지는 특권에 대해서 인지하게 되었고 그동안 성소수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비하하고 차별하는 말들은 해왔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

다른 한 분은 자신의 성소수자인 자녀가 매일 혼자서 인터넷만 하는 것이 걱정되었는데, 한국다양성연구소의 페이스북 글들을 읽으며 위로를 받는 것을 보고 안심을 하게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의 글들 덕분에 우리 아이가 자살하지 않게 되었고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뿌듯하고 이 일을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다양성’이라는 주제 아래 굉장히 다양한 분야와 커뮤니티 사례를 경험하시게 될 텐데요, 개인적으로 특별히 더 관심이 가는 분야나 커뮤니티 그룹이 있으세요?

요즘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젠더 폭력입니다. 성적 대상화에 의한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남성들의 생각과 문화를 바꾸는 방향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혹은 가해자라는 프레임으로 구분하고 교육하기보다는, 특권그룹(성별의 경우 남성들)이 자신의 ‘특권’을 충분히 인식하도록 해서 성차별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남자 단톡방 사건’과 같은 문제가 많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학교나 회사에서 제공하는 ‘가해자 인권교육’ 및 성교육을 수강해야 하는데요. 한국다양성연구소도 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가해자 인권교육’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특권인지교육”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특권을 인식해서 차별, 억압, 폭력 등의 언행에 가담하지 않고 평등한 학교문화와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되도록 초청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서도, 비성소수자가 자신이 당연히 누리고 있는 권리를 먼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연인이 길거리에서 손을 잡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죠. 그런데 누구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이런 행동이 성소수자들에게는 불가능하거나 용기를 내어 시도해도 위험한 일이 됩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다면 이들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좀 더 이해하려는 눈으로 바라보게 되죠. 요즘 이 두 분야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연구소의 앞으로의 활동계획이 궁금합니다.

최근의 충격적인 데이트 폭력 사건 등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 전반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의 도입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나가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제도적으로 제대로 된 성교육, 젠더 교육을 실행해야 합니다. 또한, 당장 드러난 사건들에서는 후속 조치로써 가해자를 비롯한 특권그룹을 대상으로 ‘가해자 교육’ 즉 특권인지교육을 잘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연구소가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연구소를 운영해오면서 정말 많은 종류의 강의를 진행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초등학교에서 진행한 성교육, 다른 하나는 대학교에서 진행한 가해자와 내부고발자(공익제보자)를 대상으로 한 특권인지교육이었습니다. 대학교에서 많은 ‘남자 단톡방 사건’이 양심적인 내부고발자 소수에 의하여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는 결코 부정적인 현상만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성적 대상화와 성폭력적인 대화들이 이제야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내부고발자들에 의하여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재고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방관자로 머물지 않는 내부고발자들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라는 점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우리 사회가 함께 해소해 나아가야 할 문제로 제대로 인식하고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처음에는 불편한 마음으로 참석하지만, 교육을 마친 후에는 ‘나의 잘못을 뒤돌아보고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며 ‘무조건 가해자라고 나쁜 사람 취급하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특권과 억압을 모두 인지할 기회를 제공한 점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방관자가 되지 않겠다. 평등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는 지지자가 되고 싶다’ 등의 후기를 남겨 주었습니다.

1년에 한 번 정도 서울과 경기지역의 초등학교에서 6학년 전체를 한 반씩 돌며 교육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각 반마다 2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학생들과 함께 문화다양성시대의 시민의 자질,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나답게 살기를 비롯해 성적 주체로서 존중받는 성교육,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성평등교육 등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같은 교육을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합의(동의)와 콘돔 사용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성교육은 처음이다’라고 말하며 ‘아직도 낙태 비디오를 보여주거나 여학생들에게만 조심하라는 교육을 하는 현실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는 후기를 남겨주었습니다. 학생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으며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공포와 두려움을 자극하는 교육이나 무조건 성을 금기시하는 교육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인지와 해소에 대한 고민을 막는 회피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초중고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특강교육을 많이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특강교육이 아니라 공교육 내에서 제도적으로 성평등교육을 도입해야 합니다. 또한, 모든 교육의 과정에서 성평등의 정신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교육 정신의 변화와 제도적인 변화에 연구소가 기여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화형 수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보려 합니다. 미국 National Conference for Community and Justice(NCCJ)에 있었던 당시 활용했던 방식인데 하루에 6시간, 8시간씩 긴 호흡으로 주제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점입니다. 수업은 먼저 모두가 참여하는 간단한 게임으로 시작하는데요. 게임을 통해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insight)을 얻고 이어서 다 함께 토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눠보는 것입니다. 얼마 전 스브스뉴스에서 진행했던 ‘특권실험’과 같은 활동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에 한국에서 진행해본 적이 있는데,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청소년과 청년층에게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대화형 수업을 운영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나 시간적인 제한이 아니라면, 이 방식이 학습자에게는 훨씬 효율적이고 도움이 됩니다.

김지학 소장님의 궁극적인 비전은 무엇인가요?

제가 꿈꾸는 궁극적인 비전이라고 하면, 누구도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는, 모두를 포함하는 평화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장애인 친구들 그리고 성소수자 친구들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해준 친구가 있습니다. 자신의 꿈은 ‘장애를 극복해서 비장애인처럼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자신의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성소수자 친구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참 좋고, 비성소수자가 되고 싶지 않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살고 싶다.’

우리는 모두 각자 어떤 부분에서는 남보다 더 많은 특권을 누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부분에서는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상대적이고 복합적인 존재입니다. 다른 사람의 인권과 다양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것은 누구의 권리로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단 한 명의 누구라도 억압을 받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다름’을 포용하여 모두가 포함되는 평등한 사회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방혜인 인턴 리포터
사진      한국다양성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