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말고도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답니다. 우리는 카메룬에서 왔어요.

SYK 2017 08 13, 15 19 43

카메룬. 아주 생소한 나라이름은 아니다. 그러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먼저 아프리카의 동쪽에 있을까? 아니면 서쪽에? 아마 카메룬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면 축구팬일 가능성이 높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으며 아프리카 축구의 돌풍을 일으킨 바로 그 나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도로 기억할 나라, 카메룬. 그래서 한국에 거주하는 카메룬인들이 자신의 나라를 알리기 위해 직접 나섰다.

지난 13일 오후 월드컬처오픈코리아의 나눔공간인 토킹스푼에서 열린 ‘헬로, 카메룬!’ 행사는 흡사 마을잔치 같은 분위기였다. ‘문화로 벽을 허물다’라는 메시지로 진행된 핸드프린팅 행사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다양한 국적과 피부색깔의 방문객들은 색색의 물감이 묻은 손바닥들 찍으며 카메룬 지도를 완성시켜 나갔다. 물감 묻은 손바닥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즐거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리 준비된 맛있는 음식과 과일을 나눠 먹으며 시작한 행사의 첫머리는 이번 카메룬 대표로 프로그램을 준비해준 어니스트 테케(Ernest Teke)씨의 진행으로 퀴즈로 문을 열었다. 카메룬의 지리적 위치, 기후, 자원, 언어, 문화 등 카메룬에 대한 기본 지식을 중심으로 유쾌하게 진행되던 초반을 넘어 후반부에서 테케씨는 무거운 질문을 했다.

카메룬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카메룬은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한다. 영어와 불어. 과거 오랜 시간 서구 여러 나라의 식민지였던 탓이다. 소수이지만 자원은 많은 지역의 영어권 사람들과, 다수지만 척박한 지역의 불어권 사람들의 갈등은 잦은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언어는 두 개로 나눠져 있지만 실제 250개의 부족이 분포하는 카메룬에서 어떻게 하면 문화를 서로 나누고 연대감을 느끼게 해서 하나의 나라처럼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에서는 카메룬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고통스러운 세월을 떠오르게 한다.


테케씨의 순서가 끝나고, 카메룬의 민속공연이 이어졌다. 포대에 담아온 나무조각을 실로폰처럼 생긴 틀에 얹으니 바로 악기가 된다. 나무와 나무가 부딪히며 공기를 울리는 경쾌한 소리에는 그 옛날 아프리카 평원을 누비던 기억이 숨어 있는 듯 하다. 악기의 리듬이 빨라질 즈음에 아프리카 특유의 가면을 쓴 남자가 등장한다. 각반처럼 발목에 찬 나무조각들이 부딪힌다. 리듬은 더 빨라지고 남자는 제자리에서 돌기 시작한다. 나무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더 격렬해진다. 그 옛날 사냥을 시작하기 전, 또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 앞에서 기원을 드려야 할 때, 이제는 인류의 기억 어딘가로 숨어버린 그 날 것 그대로의 원시성이 행사장을 휘감는다. 그렇게 한없이 몰아치던 악기 소리가 한순간 멎자, 관중들 사이에서 탄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놀랍게도 이 모든 행사를 스스로 준비하고 관중들을 격정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아니다. 한국에서 각자 생업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일반인들이다. 다음의 노동을 위해 편하게 쉬어야 할 주말에, 자신의 조국 카메룬의 문화를 알리고 나누고 싶어 자발적으로 시간을 쪼개 참가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행사 후반부에야 들었을 때 앞서 테케씨의 열정에 찬 눈빛이 비로서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