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Open, 예술 In, 구례 예술인마을 토요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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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스튜디오(Open Studio)란?

작가들이 그들의 예술품을 만드는 작업실을 공개하고 그 작업실 안에서 작업 과정을 설명하거나 작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곳, 그리고 그 일.

오픈 스튜디오가 뭐 그리 어려울까 싶다가도, ‘내 방문을 활짝 열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심지어 들어온 이에게 상냥히 내 방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는 생각을 해보니 영 쉬운 일이 아니다.

쉽지 않은 그 일을 지리산자락에 위치한 예술인마을의 주민들이 해나가는 중이다.

마음을 열어 작업실의 문손잡이를 내어준 예술인.
마을 방문객에게 예술IN(예술이 들어오는)의 문화를 선물하고자 하는 구례예술인마을 토요오픈스튜디오 협동조합을 만나보자. 

반갑습니다. 우선 구례 예술인마을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구례예술인마을은 은퇴를 앞둔 예술가들이 거주와 예술 작업 그리고 전시의 공간을 염두에 두고 조성한 마을이에요. 서양화가 김태호 작가님(촌장)이 주축이 되어 홍대 미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지리산 구례에 예술인촌 만들기를 목표로 출발했는데, 그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 장르의 예술가들이 합류하게 되었죠. 현재 회화, 디자인, 조소, 판화. 사진, 건축, 음악 분야의 30명의 예술가가 거주 중이며, 예술가 외에도 그 배우자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살고 있어, 예술 활동과 더불어 요구되는 마을운영에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사는 구례 예술인마을의 활동들이 궁금합니다.

가장 중심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토요오픈스튜디오’ 예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개인 창작공간을 개방하여 방문객들과 소통합니다. 방문객들은 ‘OPEN 예술in’이라는 깃발이 꽂힌 집에 방문하여 예술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 관람 및 예술체험을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전시개방만 하다가 방문객들이 직접 예술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모여 참여 작가들의 재능을 살려
추상화 그리기, 금속도예 만들기, 도자기 빚기, 옻 색칠 체험 등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여 프로그램의 비용은 평균적으로 만 원선인데 재료비와 지도비를 포함한 가격이에요. 직접 작가가 되어 의미 있는 기념품을 창작하고 간직할 기회이기에 방문객의 반응도 좋은 편이에요.

다음으로는 ‘구례 예술인마을 오픈스튜디오 축제’에요. 봄, 가을 연 2회에 걸쳐 구례 예술인마을 포함, 지역마을 전체가 함께하는 축제로서 거리미술 전시,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 등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예술 체험을 제공하며, 지역마을과 연계해 지역생산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도 진행해요.

2016년 가을 오픈스튜디오에는 지역 농부들과 연계해 구례지역의 건강한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등 지역민과의 교류를 확대하여 오픈 스튜디오 축제가 지역 전체가 함께하는 장(場)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올해 가을 오픈 스튜디오 축제에서는 새로 마을 식구가 된 김경희 작가님의 판화공방, 김춘동 작가님의 ’인형박물관‘도 선보이게 더욱 기대가 돼요.

그 외에도, 크리스마스를 함께 즐기는 ‘미리크리스마스 파티’, 마을의 음악가, 정미경 바이올린리스트가 지도하는 구례주민들로 구성된 ‘구례 아마추어 앙상블’의 정기 연주회, 마을 일원의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인문학 워크숍 등 구례 관광객뿐 아니라 문화예술 체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구례주민들을 대상으로 작지만 지속해서 워크숍을 진행 중이에요. 

‘토요 오픈 스튜디오’는 예술인이 먼저 정기적으로 자신의 창작공간을 오픈한 경우인데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토요 오픈 스튜디오를 진행하면서 마을주민 간의 갈등은 없었나요?

‘토요 오픈 스튜디오’같은 오픈 이벤트를 진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마을주민 대다수가 예술인마을이 정체되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부와 소통하며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예요. 하지만, 그 방법을 실현하는 데에는 이견이 있었죠. 작가의 창작 활동을 존중하며 주변과 조용히 소통하는 마을을 지향하시는 분들도 있고, 적극적으로 지역민 및 관광객과 소통하며 마을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희망하시는 분들도 있었죠. 마을은 여러 구성원이 모인 공동체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이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해요. 양쪽의 의견을 다 존중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찾다 보니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비영리 재단법인과 적극적으로 예술마을 활성화를 주도하는 오픈 스튜디오 협동조합이 분리되어 출범하게 됐죠. 오픈 스튜디오 협동조합 차원에서는 구례 예술인마을을 활성화 방안과 함께 마을이 일반 관광지화되어, 초기의 목적을 잃고 상업화 되지 않는 방안을 늘 동등하게 고심해요. 마을 외부와의 소통도 중요한 만큼 마을 내부의 조화도 중요하니까요. 

최근 오픈 스튜디오 형식의 전시가 진행되긴 하지만, 매주 정기적으로 열리는 오픈 스튜디오는 이례적이예요. 일상적인 오픈 스튜디오를 진행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구례 예술인마을의 이상향은 ‘젊은 예술가들이 정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예술인마을’ 이에요. 예술인마을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며 침체하지 않으려면 청년 작가들의 유입이 필요해요. 청년작가들의 창작활동은 곧 생계와 직결되잖아요. 그렇기에 이곳을 작품 활동을 겸한 경제활동이 가능한 예술가의 삶의 터전으로 일구어 놓고 싶었죠.

그 방법을 ‘열린 마을’, 또 ‘열린 작업실’에서 찾은 거예요. 예술인 스스로가 창작 공간을 개방하여 작품 판매의 판로를 마련하고, 체험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창작 활동을 공유하며 생계를 위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물론, 그 지속 가능한 예술인마을을 위해서는 우리의 활동을 공유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함께해야 가능함을 알기에 예술인들의 자생구조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에서 ‘적정선’을 유지하고자 노력해요. 필요 이상의 영리를 추구하는 상업성을 지양하고, 모든 활동에 예술인으로서의 철학과 진정성을 담아 실천하죠.

영국은 오픈 스튜디오가 예술을 즐기는 대중적인 방법일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오픈 스튜디오가 일상적으로 펼쳐지잖아요. 구례 예술인마을도 진정성 있게 오픈 스튜디오를 지속하여 소통하는 예술마을로서의 확장성도 갖고, 예술인과 비예술인 모두에게 예술에 대한 수익과 소비가 타당한 마을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예술인들은 자신의 창작 활동 외엔 무심하다는 편견이 있어요. 마을을 구성하고, 운영함에는 상당한 행정적인 절차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할 텐데요. 예술인끼리만은 해결 불가한 부분은 없었나요?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은 주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혼자 하는 창작 활동이 삶의 주축이 되다 보니 그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 무신경한 부분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 예술인끼리 모였기에 초반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죠. 그 과정에서 외부와의 소통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됐어요. 우리끼리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 어려움을 일단 공유해야 도움을 청할 수 있고,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마을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감에 있어 우리 선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행정적인 절차와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지역 내 관련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관광두레 사업에 참여하여 구례 예술인마을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멘토링을 지원받고 있어요. 서울혁신파크 총괄 디렉터이신 박찬국 멘토님의 조언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됐어요. 마을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현실적인 분석에 맞춰 가공하여 점차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죠. 

현재는 전라남도 내 관광 마을의 구성원들이 정기적으로 네트워킹을 가지며 마을 간의 연계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어요. 특성화 마을을 만들어가는 지역민들끼리 소통하니 또 다른 아이디어가 생기는 등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죠. 어떤 것을 실현해나간다는 것은 결국 소통을 통해 배우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한 분야의 전문성만으로는 완벽히 해결 가능한 것은 없으며, 다양한 사람들의 조언과 의견이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고 있어요. 

구례 예술인마을은 ‘함께 살아가는 예술인 공동체’인데요. 예술인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갖나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생활하고, 작업하므로 서로서로 창작의 영감과 자극을 받죠. 혼자 창작 활동을 할 때 단절되었던 소통이 생김으로써 창작 활동의 또 다른 원동력이 생긴다는 것이 굉장히 긍정적인 기운이에요. 

또, ‘마을’이라는 인프라 구축을 통해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넘어, 자신의 창작 활동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경제활동을 통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건 좋은 조건이죠. 하지만 예술인마을만의 단절된 공간에 머물러있지 말고, 외부와 끊임없는 소통과 날카로운 촉수를 가지고 사회적 흐름과 정서를 감지해나갈 수 있어야만 예술인마을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외부와의 소통의 결과를 예술품에 담아내어 다시 세상에, 지역사회에 예술인다운 방법으로 말을 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구례 예술인마을의 주요 방문객과 그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희망하시는 대로 ‘자연 속의 문화예술 체험의 장(場)’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은지요. 

방문객들은 주로 지역주민들과 지리산 관광객들이에요. 방문객 수도 더디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 구례 예술인마을에 대한 방문객 각각의 감상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 저희가 늘 힘을 얻어요. 거의 매주 토요오픈스튜디오에 오시는 이웃의 한 가족은 마땅히 가족들과 함께 즐길 거리가 없었는데 토요오픈스튜디오가 즐거운 주말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세요. 

또, 정미경 바이올린리스트는 매주 금요일마다 구례 청소년에게 기악수업을 진행하는데요. 활 켜는 것도 버거워했던 아이들이 이젠 어엿이 화음을 맞추는 것을 보면 저희 모두 뿌듯하죠. 

지리산 둘레길을 산행하다 우연히 저희 마을을 방문하신 관광객들이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예상치도 못한 예술체험을 통해 이색 추억을 얻어간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세요. 관광객들이 저희 마을을 방문하셔서 지리산의 자연과 함께 예술을 즐기는 ‘문화’, 그 자체를 경험하시는 것이 저희에겐 큰 의미에요. 

방문객이 늘어난다는 건 구례 예술인마을이 ‘지역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또, 궁극적으로 구례 예술인마을이 지역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싶은지요. 

아직 초기이기에 저희 마을이 지역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력이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구례 예술인마을은 자체적인 브랜드를 갖는 것 보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길 희망해요. 많은 관광객이 자연을 통한 힐링을 위해 이곳 지리산을 방문하잖아요. 거기에 구례 예술인마을이 ‘문화예술’이라는 추가적인 즐거움을 제공해줄 수 있었으면 해요. 마을은 지역의 품에 있잖아요. 그렇기에 저희 마을이 지역의 독보적 공간이 되길 바라는 것보다 지역 관광의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하는 게 이상적이죠. 이렇게 지역 내 늘어나는 즐거움이 서로 잘 연계되어 지역 자체가 활성화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이 저희 구례예술인 마을이 희망하는 바이고요. 

Q. 주제가 확대되는 것 같지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이슈화되고 있어요. 지역의 ‘핫플레이스’가 양날의 검이 되는 추세인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됐던 지역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

많은 예술인마을이 관광화되며 원주민의 삶의 토대가 척박해지고, 마을을 떠나게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현상은 정말 안타까워요. 그런 사례를 들을 때마다 저희도 더 경각심을 갖게 되죠. 물론 저희 마을이 알려져 방문객이 많아지고, 그로인해 지역 자체가 활성화되면 좋겠지만 ‘지역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그 지역의 생태를 변질시키거나, 넘어서는 것은 부정적인 성장이라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달팽이가 나아가듯 더디지만 내실 있게 이웃 및 지역과 상생하며 성장하고 싶어요.  

예술인 거리, 창작 레지던시, 예술가상점 등 요즘은 다양한 예술 공동체가 존재해요. 구례 예술인마을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우선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마을의 위치는 더없이 큰 매력이에요. 그 어떤 명작보다 뛰어난 지리산의 천혜 환경 속에서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크고 작은 예술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은 구례 예술인마을만의 강점이죠.

또, 구례는 우리나라 야생화 산업의 중심 고장이에요. 특히 올해(2017)는 구례에 있는 ‘야생화 압화 전시관’이 ‘한국압화박물관’으로 승격되기도 했고, 오는 9월에는 장시간 준비한 지리산 정원이 정식 개장해요. 지리산의 자연과 함께 야생화를 즐기기 위해 구례를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예술인마을의 모든 주민이 자신의 정원을 정성껏 가꾸고 있어요. 지역이 품은 매력을 마을에서도 느낄 수 있게 마을의 모든 예술가가 자신만의 정원 조성에 힘을 쏟는 점도 나름 구례 예술인마을의 개성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가장 큰 강점은 구례 예술인마을에서는 예술 관광이 아닌 예술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한 분야에 한정된 예술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예술체험이라는 것은 더 큰 매력이죠. 구례 예술인마을은 초기에 화가마을로 출발했어요. 하지만 조성과정에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로 방향성을 바꾸어, 음악가, 건축가, 조경디자이너 등 다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이게 되었죠. 이 부분이 저희 마을의 강점이라 생각해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이 있다는 것은 구례 예술인마을의 방문객들이 다분야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10년 후, 구례 예술인마을은 어떤 모습일까요?

2027년 8월에는 ‘구례 오픈 스튜디오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으면 해요. 현재 영국 에든버러 지역에서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리잖아요. 8월 한 달 동안, ‘문화예술’이란 키워드로 전 지역이 축제의 장(場)이 되죠. 한 지역에 여러 나라의 문화 예술인이 한데 모이고, 관광객은 어디서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죠. 10년 후 오늘엔 ‘구례 예술인마을 오픈 스튜디오 축제’가 확장되어 구례 전 지역에서 ‘국제 오픈 스튜디오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면 좋겠어요. 구례 예술인마을의 자연 환경은 세계 어느 곳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우니, 그 환경을 잘 보존해가며 구례 예술인 마을이 성장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구례예술인마을 토요오픈스튜디오
전남 구례군 광의면 예술인길 57
061-781-0688

https://www.facebook.com/guryeartist

인터뷰      윤혜성
사진        구례 예술인마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