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일상 속 작은 휴식, 자체휴강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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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영화를 통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이 공간을 통해 관객은 즐거움을, 단편 영화와 같이 비주류 영화는 더 많은 사람과 만날 기회를 얻었으면 해요.

이제 대한민국에서 영화는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대규모 자본, 상업적 논리에 기반을 둔 ‘주류 영화’가 영화계를 좌우하며, ‘영화관’이라는 말은 그런 영화가 걸린 대규모 멀티플렉스를 의미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 방 한 칸 남짓한 공간에서 단편 영화를 상영하는 ‘동네 영화관’이 있다. 심지어 문화시설이라고는 전무하다시피 한 신림 고시촌에 자리한다. 하루하루가 퍽퍽한 고시생에게 꽤 넉넉한 휴식을 선사하는 작은 영화관, ‘자체휴강 시네마’의 박래경 대표를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올해(2017) 2월부터 시작한, 주로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작은 상영관 ‘자체휴강 시네마’를 만든 박래경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단편영화 상영관을 만들게 되셨나요?

원래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소설과 시나리오를 공부하다가 우연히 영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첫 단편 영화를 만들었는데, 물론 부족한 작품이었지만, 상영관도 없이 강의실에서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만든 사람들끼리만 완성작을 관람하는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극장은 아닐지라도 이 영화를 걸어볼 만 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때 처음 단편 영화 상영관에 대해 구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영화를 배우면서 좋은 단편 영화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그런 영화들이 영화제에서 얼굴 한 번 비치거나, 혹은 심사위원들만 보는 데에서 그치고, 그도 저도 아니면 소위 감독의 컴퓨터 ‘하드’에만 박혀 있게 되는 상황을 알게 되니 정말 아쉽더라고요. ‘이렇게 끝날 영화들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누군가의 열정과 노력이 담긴 영화가 관객과 만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묻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내가 그 기회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다소 욱하는 마음으로 ‘자체휴강 시네마’를 시작하게 됐어요.

기회를 얻지 못하고 묻혀져가는 좋은 단편영화들이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왜 신림동을 선택하셨나요?

애초에 단편영화 타겟층을 고려해서 대학가를 생각하긴 했어요. 그런데 처음 영화관을 구상할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이 영화관이 데이트 코스처럼 특별한 곳이 되기보다는 동네에서 집처럼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일상의 휴식 같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대학가 앞이면, 더 많은 손님이 오실지도 몰라요. 사업상으론 더 잘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가 희망하는 그림은 안 나오겠구나, 싶었어요. 대학생은 그나마 문화생활을 잘 즐기는 편이잖아요. 하지만 고시생들은 문화생활을 일종의 사치라 여기기 때문에 문화를 즐길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학가보다 돈이 좀 덜 벌릴지언정, 고시생들이 공부하다 잠깐 머리 식힐 겸 영화 한 편 보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대한민국 대표 고시촌 신림동에는 그런 문화공간이 열악하니까요.

또, 신림동 고시촌 특성상 1인 가구가 많잖아요. 고시생뿐만 아니라 대학생, 직장인 등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분들이 모여 있죠. 이분들이 정말로 영화가 ‘필요’한 분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영화를 통해 그분들에게 숨 돌릴 틈을 드리고 싶었죠. 게다가 단편 영화는 짧기 때문에 여유가 부족한 학생, 직장인들도 오며 가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대학가보다 돈이 좀 덜 벌릴지언정,
고시생들이 공부하다 잠깐 머리 식힐 겸 영화 한 편 보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시는 분들에게 숨 돌릴 틈을 드리고 싶었죠.

운영방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상영 시간표는 없고, 관객이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면 선착순으로 바로 상영을 시작해요. 한 분이 오셔도 즉시 상영하죠. 영화는 주로 배급사를 통해 배급받고요.

1인 운영이다 보니 직접 모든 영화를 고르실 텐데, 상영작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요.

매달 4~6편 정도의 작품을 상영하는데, 일단 관객분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기 위해서 장르를 다양하게 하고, 그중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하나 정도 더 넣어요. 그리고 물론 작품성을 보죠. 적은 금액이지만 돈을 받고 상영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그리고 단편 영화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을 해요. 저는 자체휴강 시네마를 통해 한 분이라도 더 많은 분이 다양한 영화와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초반에 너무 강한 작품을 접하면 오히려 반감이 들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너무 성향을 탈 것 같은 작품은 제 개인적으로 좋게 봤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배제하는 편이에요.

자체 휴강 시네마의 관람료가 2,000원인데, 그마저도 절반은 제작자 측에 돌려준다고 들었어요. 재정적으로 어렵지는 않으신가요?

어렵죠. 문제 많죠(웃음). 유지는 어떻게든 하고 있는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죠. 그런데 저 말고도 다른 독립 영화관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에요. 누구다 다 어렵고,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그냥, 사람들이 영화 좋아하시는 모습이 좋아서 버티는 거죠. 또, 제가 어렵더라도 부담 없는 금액으로 즐기는 영화 한 편에 삶의 휴식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하거든요. 돈벌이 차원이었다면 벌써 문 닫을까 생각했을 겁니다.

실은 처음 여기 열 때는 옆에 공사장이 없었어요. 가게를 딱 여니까 공사를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엔 보기에 괜찮았는데, 이제는 공사장 옆이다 보니까 정신도 없어 보이고, 가려서 있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좀 큰 애로 사항이긴 해요.
그리고 이 녹두거리가 지금은 죽은 거리에요. 사법 고시가 없어지면서 고시생들이 많이 빠졌거든요. 근데, 죽었으면 또 살아나지 않겠어요? 어찌 보면 옆 공사장도, 뭔가를 새로 만든다는 건 이 거리가 살아날 거라는 신호라고 생각해요. 또, 구청 쪽에서 이 거리를 문화 거리로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있어서 나름 기대하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하시는 모습이 좋아서 그냥 버티는 거죠.

지금은 자체휴강 시네마가 이 거리의 유일한 문화시설인 셈이네요.

노래방, 만화방을 뺀다면 아마 고시촌 전체에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희소가치가 있죠. 사실 남이 안 하는 건 안 하는 (경제적) 이유가 있지만요(웃음).

말씀하셨듯이 사실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인데, 상영료를 올릴 생각은 없으신가요?

고민 중이긴 해요. 올려봤자 3,000원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게 도움은 꽤 될 거에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상영료의 반을 돌려 드리고 나면 어차피 500원 차이잖아요. 큰돈도 못 드리지만 상영료의 반은 영화를 주신 분들께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거 더 받자고 올리긴 좀 그렇죠. 관람객 분들께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요.

주로 어떤 관객분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방문해주시나요? 바라셨던 대로 고시생, 학생 관객분들이 많이 오시나요?

가까운 대학교 학생들이 반 정도, 나머지 반은 동네 주민분들이나 고시생분들인 거 같아요. 온라인 홍보를 보고 찾아오시기도 하고 정말 지나가다가 궁금해서 들어와 봤다는 분들도 계세요.

처음 목표대로 정말 공부하시는 분들이 쉬어 가는 공간이 되고 있네요. 단골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네. 주변 대학생분들, 고시생분들이 오셔서 잠깐이라도 머리 식히고 가시니까 그 목표는 이루어지고 있죠. 단골 분들도 꽤 있어요. 너무 감사한 분들이죠.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매번 챙겨보시는 분들이 꾸준히 찾아와 주세요. 공통 관심사가 영화이다 보니 단골 분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지기도 해요.

‘단데기’라는 영화 모임도 진행한다고 들었어요.
 여기서 장편영화도 상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한 달에 4~5편의 영화를 같이 봐요. 친목 모임도 하고요. 영화에 갈증이 있어 멀리서 오시는 분도 있고 근처에 사시는 분도 있어요. 자연스럽게 친해지죠.

그 외에 계획하고 있는 다른 활동이 있나요?

올 한해는 영화 상영만 열심히 하려고 하고요. 내년에 옆에 건물이 완성되고 거리가 좀 살아난다면 장편 영화도 상영하고 싶고, 앞으로 조금씩 다른 일들을 벌이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예를 들면 전시, 공연, VR 체험 같은 것들이요.

운영하면서 지키고자 하는 신조나 방향이 있다면요.

최대한 많이 상영하려고 해요. 단편영화가 일 년에 400편 정도 찍힌대요. 하루에 한 편이 넘게 찍힌다는 거니까, 지금도 어딘가에서 찍고 있다는 말이잖아요. 대형 영화관에 걸리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렇게나 많은 분이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유명한 감독 되실 분들이 다 거기서 나오는 건데 그분들 작품이 최대한 많은 분들께 알려질 수 있도록 한 편이라도 더 상영하려고 해요. 감독들이나 스태프분들도, 영화제 밖에서 일반 관객들을 만나는 느낌은 굉장히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거창한 건 아니지만, ‘영화’라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께 그렇게라도 보람을 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나 바람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목표는 송강호가 올 때까지. 정말로요. 사실 말하자면 그 정도로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이죠. 저나 영화관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주류 영화만이 아닌 다양한 영화가 좀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또, 지금은 조그맣게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3-40명 정도 수용 가능한 조금 더 멋진 극장을 차려서 더 많은 관객에게 다양한 영화의 매력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박진희 인턴 리포터
사진     박진희, 자체휴강 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