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을 위해 꿈을 꾸는 사람들

꿀잠개소식2

지난 몇년, 한국에서는 철탑에, 광고탑에 오르고 길거리에 천막을 치고 살던 사람들의 소식을 매일 들을 수 있었다. 거친 손글씨로 쓰여진 피켓에 해고, 비정규직이란 단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였다.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해고농성자로 불렸다.

어디에 하소연 할 곳 없이 풍찬노숙으로 날을 지새는 이들을 위해 2년전 머리를 맞대 사람들이 있었다. 적어도 길에서 잠은 재워서야 되겠는가. 잠이라도 달게 잘 수 있게 해주자. 꿀잠을 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 : 꿀잠’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금한 돈으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만들어진 비정규직의 집은 지난 8월 19일 개소식을 가졌다. 오늘은 꿀잠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신유아 문화기획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얼굴이 많이 탔습니다. 썬크림이나 바르고 일을 하시죠.

그러게 말이에요. 지난 여름이 좀 더웠어야죠. 썬크림을 발라도 일하다보면 땀에 씻겨 나가서 별 소용이 없더라구요.

비정규직의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세요. 어떻게 시작된건가요?

이 일은 한 해고자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지하철에서 해고 당한 사람이었죠. 복직 소송을 10년동안 진행하면서 결국에는 승소합니다. 그래서 회사로부터 그간의 보상금 등을 받게 되요. 아내 되는 사람이 제안을 했다고 해요. 이 돈을 우리가 보냈던 힘들었던 시절을, 지금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자고 했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라는 활동가 조직에 가서 의논을 합니다. 거기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거죠. 노숙하면서 자기 권리를 다시 찾기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쉴 집을 만들어주자. 황당하죠. 집이 한두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클라우드 펀딩입니다. 그때가 2015년 겨울이었습니다.

클라우드 펀딩은 잘 되었나요?

네 처음 두 달 동안 2억이 모였어요. 정말 십시일반으로 모인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필요한 – 집을 사는 것이 목표였다. 월세 등 빌리는 형태로는 안정적인 쉼터를 만들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 금액에는 한참 모자랐습니다. 그 후로 예술가들이 결합해서 작품을 팔고 각종 모금운동을 또 펼쳤죠. 그러는 과정에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시작되어서 잠시 중단할 수 밖에 없었죠.

2016년 겨울로 접어들던 10월은 신유아 기획자를 비롯한, 꿀잠 프로젝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던 예술가들 대부분, 지난 정부에서 작성한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어 있었음이 언론을 통해 밝혀진 시기였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이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이 인용되는 올 3월 20일까지 142일에 걸친 천막농성을 하였다.

그럼 본격적인 공사는 언제부터였나요?

농성 끝나고 바로 시작했죠. 농성 기간 내내 집은 계속 알아 보고 있었어요.

공사도 직접 다 하셨다면서요?

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전기, 배관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원봉사자들이 했습니다. 연인원 천명이 동원된 어마어마한 대규모 공사였죠 (웃음)

며칠 전에 개소식을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을 이용하기 위한 조건이 따로 있나요.

없습니다.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 어려움에 처한 모든 사람들이 이용가능합니다. 따로 비용같은 것은 안 받습니다. 모두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이미 4백명 가까운 분들이 매달 후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새까맣게 그을린 신기획자의 표정은 마치 도닦은 사람의 그것처럼 한없이 맑았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는 ‘연대’였다. 정치적 구호로서의 연대가 아닌, 그 단어는 곤경에 처한 타인에 대해 내미는 손으로 해석해야 한다. 어쩌다 국가가 보호하지 못 하는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만만치 않은 비슷한 환경이 사람들이 손을 잡아줘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꿀잠 공사에 참가하여 매일같이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던 노순택 사진가는 개소식이 열린 날, 다음과 같은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꿀잠, 두 번 짓다간 골병들 집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집
그래서 짓는 집”

* 2016년 8월 기준 비정규직은 870만명으로 전체임금노동자 1,963만명 중 44.3%에 달하고 있다. (출처 : 국가인권위원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