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숨결이 묻어나는 모두의 예술, 작가 이화

호랑이

아이들은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를 했다. “의사요” “경찰이요” “대통령이요”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이야기했다. “저는 백인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의 피부색은 검은색, 아프리카대륙 북서쪽에 위치한 나라인 부르키나 파소에서의 일이다.

그리고 이 말은 한 예술가의 인생진로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가의 이름은 이화(Yi Hwa). 유년기를 프랑스에서 보내고 고등학교는 한국에서 다녔다. 그림을 공부하러 다시 프랑스로 갔던 이화작가는 봉사활동을 떠난 부르키나 파소의 한 마을에서 위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예술가가 되겠다 결심한다. 지난 8월 월드컬처오픈코리아 오렌지컨테이너에서 열렸던 개인전 ‘부드러운 숨결처럼…(Like a Soft Breathe…)를 열었던 이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안녕하세요. 이번 전시에 부르키나 파소에서의 기억과 관련한 작품이 있다면서요.

네. 전시장 전면에 걸려있던 빨간색과 녹색, 두 개의 면과 별, 노란 입술로 구성된 그림을 보셨죠? 그것이 부르키나 파소의 국기에 백인이 되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모티브로 형상화한 그림이에요. 제목도 ‘백인이 되고 싶어요’입니다.

부르키나 파소는 작가님에게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나라인 것 같아요.

그렇지요. 제가 공부를 그림으로 시작해서 연극까지 영역을 넓히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곳이니까요. 그 곳에서 한 봉사활동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그림도 가르치고 함께 연극도 해보는 것이었거든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사실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시 소말리아에서 기아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 중 한 분이 “너는 그림에 재능이 있으니, 그림을 그려봐라” 라는 말씀을 하셨었죠. 저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 했더니, 그 선생님께서 그림으로도, 예술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부르키나 파소에서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 나라죠.

그 이후의 활동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아프리카에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술을 교육하고, 거기서 배운 학생들이 저와 같은 생각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어른들로 커갈 수 있는 토대가 되는 학교죠.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다행히 제 생각에 동의하는 예술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죠. 그래서 ‘다다’라는 그룹을 만들어요. 각자 자기 할 일은 하면서, 프로젝트가 생기면 그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거죠. 처음 한 공연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였습니다. 한국에서도 2012년 12월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했었죠. 전시는 프랑스 초청전시, 중국 문화부 초청으로 베이징 국제페스티벌, 유네스코 주관의 베이징 디자인위크에 참가했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까망느 초청으로 개인전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연극도 공연하고 각자 전시도 하면서 모금을 하고 있어요. 수익의 1/10은 아프리카 예술학교에 사용합니다.

 

다다는 1900년대 초의 미술유파인 그 다다인가요?

하하. 그건 아니구요. 다다는 ‘예술의 힘은, 창작의 [다]양함을 공유하며 [다]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저희 모토에서 따온 거에요. 예술의 힘이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고 다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참여형 전시를 항상 해요. 관객들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관객들도 같이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요. 저희의 생각이 모두 담겨있는 거죠.

그 얘기를 듣고 작가의 명함을 보니, “ART and Education are our Hope”라는 영어가 눈에 띈다. 작가의 작품 활동의 근거가 압축된 말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번 전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린넨,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마(麻)라고 불리는 소재를 일관되게 쓰셨던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마는 인류가 최초로 입은 옷의 소재입니다. 당연히 천연소재구요. 제 전시제목이 ‘부드러운 숨결처럼’이잖아요. 사람의 숨결을 연결시킬 오브제에 관심이 갔어요. 자료를 찾다 보니 마가 처음 사람이 몸에 걸친 직물이더라구요. 그래서 마에 사람의 숨결을 넣어보자, 마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마는 종류마다, 결마다 모두 다릅니다. 사람의 숨결도 다 제각각이잖아요. 마는 거친 것도 있고 부드러운 것도 있어요. 사람의 인생이나 관계처럼요. 그림을 보시면 마의 종류마다 담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인종차별, 전쟁, 사회문제, 가족, 자폐아 이야기 등 여러 가지를 담았습니다.

작품 제작에서 힘든 점은 어떤 게 있나요.

마는 다루기 힘든 소재에요. 색이 잘 안 먹거든요. 제가 원하는 색이 나오려면 여러 번 염료를 입혀야 되요. 말리고 입히고 말리고 입히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합니다. 한번에 그리지 않으면 안 되요. 유화 등과는 달리 그리다 중간에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마에 익숙해지기까지 연습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한정판이라는 뜻의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이라고 전시에 쓰셨는데요, 작품 수량이 제한적 제작되었다는 의미인지요

그런 뜻이 아니구요 (웃음). 제가 이야기하는 한정판은 작품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각각의 사람은 개별적이고 그 자체로 세상에서 고유한 존재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쓴 단어랍니다. 제가 옷도 만드는 데요, 그 옷을 입는 사람은 리미티드 에디션이 되는 거죠. 애기 시리즈가 있는데요. 그것은 정확하게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쓰여 있어요. 엄마 아빠의 에디션이죠!

작가와의 인터뷰 중 느낀 것은 그의 관심은 오로지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작품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투영된 매개체라는 사실.

옷 이야기를 해보죠. 전시 된 옷은 직접 만드신거죠? 디스플레이에 사용된 옷걸이를 나뭇가지를 쓰셨던데요.

네. 옷은 제가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거에요. 옷의 소재도 역시 마를 사용했습니다. 나뭇가지를 옷걸이로 사용한 이유는 자연에서 온 소재잖아요. 일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했습니다.

이어진 마지막 질문은 아프리카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는 목표 등 작가가 바라는 바를 보다 빠른 시간 안에 이루기 위해 대중적인 스타가 먼저 되는 것은 어떠냐는 것이었다. 유명 갤러리에 소속된다던가, 이름 있는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다던가 하는 방식 등으로. 이에 대한 대답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단호했다.

“어려운 길을 쉽게 가고 싶지는 않아요. 가능한 많은 사람이 다 같이 참여하면서 스스로가 이루고 싶어요. 10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